
김준표 대사는 이란 국영통신사인 IRNA와 인터뷰(이란어)를 실시하였습니다.
아래는 비공식 번역입니다.
(질문 1) 이란과 한국은 오랜 역사적·문화적 유대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양국 간 문화적 공통점이 양국 관계에 어떠한 영향을 미쳐왔다고 생각하십니까? 특히, 대사님께서 이란 음악과 전통 예술에 개인적으로 관심을 갖고 계신 것이 문화 외교를 증진하고 양국 국민 간 유대를 강화하는 데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까요?
한국과 이란의 외교관계 수립은 1962년에 이뤄졌지만, 두 나라의 인연에 대한 이야기는 그보다 훨씬 오래된 7세기부터 전해져 왔습니다. 쿠쉬나메 설화를 통해 전해지는 페르시아의 왕자와 당시 한반도에 존재했던 신라 왕국 공주의 러브스토리는 천년 이상 이어져 온 양국 간의 역사적 유대를 상징합니다. 이런 역사적 인연뿐만 아니라 양국은 어른을 공경하고, 가족을 소중히 하는 가치관, 그리고 수천 년에 걸쳐 발전시켜온 풍부한 문화유산이라는 공통분모를 갖고 있습니다.
이러한 역사적 인연과 문화적 유사성은 양국 국민들이 서로를 더욱 가깝게 느끼고, 자연스럽게 상호 공감할 수 있는 토대가 되어왔습니다. “주몽”, “대장금”으로 시작된 이란 국민들의 한국 드라마에 대한 사랑은 현재까지 이어져 이란 TV에서 여전히 많은 한국 드라마가 방영되고 있습니다. 한국 문화에 대한 이란 국민들의 관심은 다양한 분야로 확산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이란의 많은 청년들이 한국 드라마와 음악을 즐기고, 한국어를 배우며, 한국의 전통 무술인 태권도를 연마하고 있습니다. 작년 파리 올림픽 태권도 종목에서 이란이 역대 최다인 4개의 메달을 획득한 것은 이러한 문화 교류의 성과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최근 한국에서도 이란 문화들이 계속 소개되고 있습니다. 매년 부산 국제영화제를 통해 다양한 이란 영화들이 소개되고 있으며, 특히 올해 부산 국제영화제에서는 Hemen Khaledi 감독이 최우수 아시아 다큐멘터리상을 받았습니다. 아울러, 한국 젊은이들 사이에 디저트로 ‘라버삭’이 인기를 높여가고 있으며, 주르커네와 Persian Meel에 대한 관심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저는 테헤란에 부임한 이후 이란 청년들의 한국 문화에 대한 열정에 깊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이들이 한국어를 배우고 한국 문화에 관심을 갖는 모습을 보며, 저 역시 같은 방식으로 호응하고 화답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페르시아어를 배우고 그 과정에서 하페즈와 사디의 시, 그리고 이란 전통 음악의 아름다움을 발견했습니다. 이란 문학과 음악 속에 담긴 사랑과 인간애라는 보편적인 정서에 매료되었습니다.
이러한 감동과 그동안 이란 국민들이 제게 베풀어준 환대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었던 것이 이란 노래를 부르게 된 이유였습니다. 생각지도 못하게 이란 국민들께서 너무나도 따뜻한 반응과 격려를 전해주셨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이란 국민들에게 다시 한번 진심어린 감사의 말씀을 전하며, 앞으로도 양국 국민들이 더욱 가까워질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해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질문 2) 최근 대사님을 포함한 주이란 한국대사관의 활발한 공공외교 활동과 소셜미디어를 통한 소통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최근 활동 및 소통 현황과 향후 계획에 대해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특히 이란 청년들이 한국 문화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만, 양국의 젊은 세대가 서로의 문화에 더 많은 관심을 갖도록 하기 위해 어떤 새로운 노력을 하고 계십니까?
저는 외교의 본질이 사람과 사람 사이의 우의와 신뢰이며, 국민들 간의 우호와 상호 이해야말로 국가 관계의 가장 튼튼한 기반이라고 믿습니다. 이러한 국민들 간 우호와 이해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어떠한 외교관계도 모래위의 성처럼 쉽게 무너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신념하에 우리 대사관은 공공외교를 올해 5대 역점 업무의 하나로 설정하고, 다양한 문화 행사를 개최해 왔습니다.
5월에는 “한국 문화상자 언박싱 행사”와 “한국어 말하기 대회”를 개최했고, 6월에는 이란 학생들을 대상으로 “퀴즈온 코리아” 행사를 가졌습니다. 지난달에는 타브리즈에서 이란 태권도협회와 함께 “한-이란 친선 태권도 대회”를 개최했고, 테헤란에서는 “한-이란 공동 서예전시회”와 “김치 만들기 행사”도 열었습니다.
또한, 저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쉬라즈, 사난다즈, 타브리즈, 시스탄-발루치스탄 등 이란의 각지를 방문하며 그곳의 이란 국민들과 직접 교류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지방을 방문할 때마다 각 지역이 고유의 역사와 문화를 발전시켜 온 데 대해 깊은 인상을 받았으며, 지역 주민들의 따뜻한 환대도 잊지 못할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저의 방문을 반갑게 맞아주시고 극진히 환대해주신 모든분들께 다시 한번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내년에도 다양한 문화 행사를 준비하고 있고, 더 많은 지역을 방문하여 이란 국민들과 만날 계획입니다. 특히, 이란 청년 세대가 한-이란 양국 관계의 미래를 이끌어 나갈 것인 만큼 청년 세대와의 만남을 더욱 확대해 나가고자 합니다. 저는 이란 청년 세대의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문화적 호기심을 넘어 양국 간 교류와 협력의 새로운 장을 여는 디딤돌이 되기를 바랍니다. 우리 대사관은 장학 지원 사업, 교육·훈련 프로그램 지원 등을 통해 이란 청년들이 미래를 계획해 나가는 데 작은 보탬이 되고자 합니다.
(질문 3) 국제 제재와 서방의 경제적 압박이 테헤란과 서울 간 무역 및 경제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쳤습니까? 향후 양국 간 경제 인프라 협력의 발전 가능성을 어떻게 보시는지, 특히 어떤 분야에서 협력 잠재력이 있다고 보시는지, 그리고 양국 간 경제 협력을 어떻게 발전시켜 나가실지에 대한 대사님의 구상에 대해 설명해주시기 바랍니다.
한국과 이란은 경제적으로 이상적인 파트너가 될 잠재력을 갖고 있습니다. 한국은 디지털·첨단 기술, 제조업 분야에서 강점을 갖고 있고, 이란은 광활한 영토와 풍부한 천연자원, 9천만명에 달하는 우수한 인적 자원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호 보완성은 양국이 서로에게 최적의 경제 파트너가 될 수 있는 토대입니다.
실제로 과거 양국은 이러한 잠재력을 현실로 만든 성공 사례를 보여주었습니다. 이란은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을 통해 한국의 고도성장을 지원했고, 한국 기업들은 이란에서 대규모 인프라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현지 기업과 합작하여 자동차, 전자제품을 생산하면서, 이란인들에게 수많은 일자리를 제공했습니다. 이러한 활발한 경제교류 덕분에 양국 간 교역 규모는 한 때 174억불에 달했습니다.
안타깝게도 국제 제재라는 외부적 요인으로 인해 현재 양국 간 경제 협력은 크게 줄어든 상황입니다. 하지만 현재의 어려움은 다른 각도에서 보면 양국 간 협력의 잠재력이 얼마나 큰지를 보여주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적절한 여건만 갖춰진다면 양국 경제 협력은 과거 수준을 회복하는 것을 넘어 그 이상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입니다.
협력 가능 분야는 과거보다 훨씬 다양해졌습니다. 전통적 협력 분야인 에너지, 인프라 건설, 제조업 등 분야는 여전히 가장 잠재력이 큰 분야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여기에 더해 반도체, AI, 바이오, 신재생 에너지 등 양국이 공통적으로 관심을 갖고 있는 신산업 분야에서의 협력도 모색 가능할 것입니다.
저는 앞으로의 양국 간 경제협력을 위해 문화, 학술, 인적교류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상호 신뢰와 이해를 증진시키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아울러, 이란 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여건이 조성되기를 기다리고 있는 한국 기업들과 계속 소통하고 있으며, 이란 기업들과의 접촉도 늘려 양국 기업들의 관심사를 파악하고 있습니다.
외부적 여건 변화는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부분이지만, 그 안에서도 할 수 있는 일은 있다고 생각하며, 저는 양국 간 경제협력이 다시 꽃피울 수 있도록 씨앗을 뿌리고 토양을 가꾸는 일에 최선을 다해나갈 것입니다.
(질문 4) 중동 지역을 포함한 국제 정세가 매우 유동적인 상황입니다. 변화하는 국제 환경 속에서 양국이 상호 이익을 도모하고 협력을 심화시킬 수 있는 구체적인 분야나 방안은 무엇입니까?
현재 국제 정세는 그 어느때보다 복잡하고 불확실합니다. 중동 정세 불안, 미국과 중국 간 전략 경쟁의 심화,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이 맞물리면서, 전 세계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특히, 중동 지역의 평화와 안정은 한국에게 외교적 관심사를 넘어 국가 안보상의 핵심 문제입니다. 한국은 에너지의 상당 부분을 중동 지역에서 수입하고 있어 이 지역의 불안정은 한국 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동시에 중동의 평화는 이란을 포함한 한국의 역내 우호 국가들의 번영과 발전을 위한 필수 조건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점에서 한국과 이란은 중동의 평화와 안정이라는 공통의 목표를 공유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한국 정부는 그간 중동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대한 확고한 지지 입장 하에 국제사회와 함께 실질적인 기여를 해왔습니다. 최근 2년간 가자 지구에 식량, 의료 등 분야에서 7,600만불의 인도적 지원을 제공했고, 얼마전 한국 대통령이 추가로 1,000만불 지원을 약속한 바 있으며, 2007년 이래 한국 ‘동명 부대’를 레바논에 파견하여 유엔의 평화유지군(UNIFIL) 활동에 참여중입니다. 또한, 유엔을 포함한 다자 무대에 중동 분쟁의 평화적・외교적 해결을 일관되게 지지해왔으며, 민간인 보호와 인도주의 원칙 준수를 촉구해왔습니다.
한국과 이란은 중동의 평화와 번영이라는 공통 목표를 향해 긴밀히 협력하고 있습니다. 지난 9월 양국 외교장관이 전화 통화를 가진 데 이어 유엔 총회 계기에 양자회담을 개최하여 지역 정세와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했습니다. 지난 5월에는 7년만에 양국 외교부 간 국장급 정책협의회가 개최된 바도 있습니다.
우리 대사관은 앞으로도 한국과 이란 양국이 평화로운 중동을 위한 공통의 목표를 향해 계속 소통하고 함께 나아갈 수 있도록 가교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나갈 것입니다.
